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단지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관리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리더의 핵심 과제는 여전히 신뢰와 가치 기반의 리더십을 구축하는 일입니다. 고대 중국의 경전 『서경(書經)』에서는 이를 "명명덕(明明德)"이라 표현하며, 리더가 반드시 자신의 본래 덕성을 밝히고 구성원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서경』은 단순히 통치술이나 정치 지침서가 아닌, 지도자가 갖춰야 할 인간적 품성과 통찰을 담은 철학서입니다. 특히 “황극지중(皇極之中), 명명덕야(明明德也)”라는 구절은, 최고 리더가 갖춰야 할 중심 가치를 ‘밝은 덕’으로 규정합니다. 이 개념은 오늘날 조직 리더가 어떤 가치로 자신을 드러내고, 그것이 조직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깊이 있게 성찰하게 합니다.
명덕은 리더 개인의 철학에서 시작됩니다
조직의 리더십은 리더 개인의 철학에서 비롯됩니다. 『서경』은 리더의 도덕성과 내면적 수양을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봅니다. 이는 단순한 선악의 구별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기준과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자기 정립 능력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신뢰받는 CEO로 꼽히는 사티아 나델라(마이크로소프트)는 리더십의 본질을 "공감과 경청"으로 정의합니다. 그는 회사 내외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도, 항상 인간 중심의 철학을 잃지 않는 태도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구축했습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서경』이 말하는 명덕의 실천적 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덕은 단지 리더 한 사람의 덕목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것은 조직 전체에 퍼지는 정서적 기반이자 의사결정의 나침반입니다. 리더가 어떤 철학과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구성원은 그것을 조직의 공식적 방향성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조직의 문화는 리더의 가치관을 닮습니다
조직의 문화는 결코 정책이나 제도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서경』에서는 이를 "현현덕(顯顯德)"이라 표현하며, 리더의 덕이 드러나야 백성들이 감화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현대 조직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리더가 솔선수범하여 투명하고 윤리적인 결정을 내릴 때, 구성원들도 자연스럽게 그것을 따라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패션 기업 에버레인은 자사 대표가 생산공정, 원가, 마진까지 모두 공개하는 "Radical Transparency" 전략을 펼쳤습니다. 이는 단지 마케팅이 아닌, 리더의 가치관이 경영 원칙으로 전환된 사례입니다. 이처럼 명덕은 조직 내 윤리경영과 신뢰 문화의 중심축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리더가 말을 아끼고 원칙 없이 상황에 따라 입장을 바꾼다면, 구성원은 조직을 신뢰하지 않게 됩니다. 윤리적 기준은 구성원에게 명확히 전달되지 않고, 결국 ‘공정하지 않다’는 조직 인식이 퍼지게 됩니다. 리더의 가치관이 불투명하면, 조직 전체의 기준도 흐려지는 법입니다.
명덕은 브랜드 신뢰와 장기 성장으로 연결됩니다
조직의 외부 평판과 브랜드 가치 역시 리더의 명덕에서 비롯됩니다. 『서경』에서 왕도정치는 명덕으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백성의 마음을 얻는 것을 최고의 통치라고 합니다. 현대 기업에서도 이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브랜드 신뢰는 광고가 아니라, 일관된 가치 실천을 통해 형성됩니다.
국내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이 창업자 서성환 회장의 “인간 중심 경영” 철학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의 명덕은 단지 창업자의 유산에 머무르지 않고, 후속 리더들에게까지 이어져 브랜드 철학으로 체화되고 있습니다. 또한 삼성의 이재용 회장도 최근 ‘상생과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며,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 명확한 방향성과 가치 기반의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처럼 리더의 명덕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들고, 장기적인 신뢰와 충성도를 끌어내는 밑바탕이 됩니다. 단기 성과는 우연히 얻을 수 있어도, 지속 가능한 브랜드는 리더의 태도와 언어, 결정 방식이 얼마나 일관된 가치를 보여주는지에 따라 갈립니다.
구성원의 성장 또한 리더의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서경은 리더가 명덕을 실천할 때 백성이 스스로 도덕을 따르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자기 동기와 자율성을 유도하는 리더십 전략으로 연결됩니다. 실리콘밸리의 기업 중에서 넷플릭스는 “자유와 책임”의 문화를 강하게 강조합니다.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구성원에게 무한한 자율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그 자율에 상응하는 책임의식을 기대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조직이 구성원을 신뢰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리더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이는 서경의 명덕 실천과 정확히 일치하는 리더십 모델입니다. 결과적으로, 명덕은 수직적 통제보다 수평적 신뢰 기반의 조직 운영을 가능하게 하며, 구성원의 내면 동기를 강화하는 철학적 기반이 됩니다. 단지 외적인 통제와 보상으로는 불가능한 자율적 몰입을 이끌어냅니다.
덕을 밝히는 리더가 사람을 남깁니다
서경이 강조하는 명덕은 단지 '좋은 사람'이 되라는 윤리적 제안이 아닙니다. 그것은 리더가 사람의 마음을 얻고, 사람을 남기는 방식으로 조직을 경영하라는 깊은 통찰입니다. 오늘날의 임원 리더가 이 철학을 체화한다면, 단기적인 실적을 넘어 사람 중심의 지속 가능한 리더십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리더는 권한으로 움직이지 않고, 신뢰로 움직입니다. 서경과 같은 고전은 수천 년 전에도 그 진리를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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