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인문학과 현대 비즈니스

중용의 지혜로 풀어보는 조직 갈등관리 전략

forget-me-not2 2025. 7. 12. 22:14

현대 조직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업무 분장, 역할 충돌, 성과 책임,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 다양한 이유로 크고 작은 마찰이 발생합니다. 그러나 갈등 자체는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닙니다.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갈등은 오히려 조직을 성숙시키고 유연성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용과 조직 갈등관리 전략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한 감정 조절이나 규칙 준수보다 더 깊은 '태도'입니다. 공자의 『중용』은 바로 그런 태도,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판단과 조율의 힘'을 강조합니다. 고전 인문학의 통찰은 오늘날 조직 내 갈등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더 정교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중용은 회피가 아니라 중심을 지키는 힘입니다

중용은 흔히 "적당히, 중간으로 살라"는 뜻으로 오해되곤 합니다. 하지만 고전에서 말하는 중용(中庸)은 상황에 맞춰 가장 적절하고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하는 능동적 태도입니다. 단순히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치우침을 넘어서는 통합의 시각이자 판단력의 미덕입니다.

조직에서 갈등은 흔히 둘 중 하나를 택하라는 식으로 양자택일의 문제로 비화되곤 합니다. 그러나 중용의 관점에서는 갈등 양측의 입장과 맥락을 모두 고려하여, 더 큰 목표나 공통의 이익을 기준으로 조율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중용은 중립이 아니라, 중심을 잡는 철학입니다. 이러한 태도는 특히 팀워크가 중요한 프로젝트 기반 조직에서 효과를 발휘합니다. 의견 충돌이 있을 때 리더는 양측의 주장에 공감하며, 전체 프로젝트의 목표와 일정이라는 큰 틀에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이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중용적 리더십'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감정의 균형이 관계를 지탱합니다

"희로애락지미발위지중(喜怒哀樂之未發謂之中)"라는 중용의 구절은 인간의 감정 또한 조절과 균형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 발현되기 전의 평정 상태를 '중(中)'이라 하고, 그것들이 표현되되 정도에 맞는 상태를 '화(和)'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에서 특히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감정이 폭발하지 않도록 한 템포 조율하고, 상황을 관조하는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감정은 숨기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는  것이며, 리더는 갈등 속에서 감정의 '화(和)'를 유도하는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실제로 피드백 세션이나 회의 중 다툼이 발생했을 때, 리더가 단순히 상황을 종결하는 것보다는 양측의 감정을 언어로 확인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더 큰 전환점을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한 갈등 종결이 아닌, 관계 회복과 신뢰 재구축의 시작점이 됩니다. 구성원 입장에서도 감정 표현의 방식에 따라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단순한 불만 제기가 아닌, 배경을 설명하며 협력의 여지를 열어두는 방식은 갈등을 생산적인 대화로 전환하는 중요한 기술입니다. 이는 곧 감정의 중용을 실천하는 조직 구성원의 역량입니다.

 

리더는 흐름의 중심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합니다

중용의 철학에서 리더의 역할은 단순한 관리자나 명령자가 아닙니다. 흐름을 읽고, 충돌을 조율하며, 감정의 에너지를 생산성으로 전환시키는 중심축이 되어야 합니다. 이는 오늘날 조직의 리더가 가져야 할 가장 실천적인 역량 중 하나입니다. 예컨대 글로벌 기업 P&G는 조직 내 갈등 조율 교육을 통해 '경청 리더십'을 강화해 왔습니다. 상하 관계나 부서 간 충돌이 생겼을 때, 표면적인 해결보다 가치의 충돌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공동의 목표와 연결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중용의 리더십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국내 대기업 중 하나인 LG는 '경청하는 리더'를 기준으로 리더십 평가 항목을 설정하고, 비판 수용력을 중요한 역량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갈등을 회피하거나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경청을 통해 '균형 있는 결정'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입니다. 중용의 리더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지만, 모두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각자가 최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설계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신속한 결정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조화입니다.

 

균형 잡힌 조직은 다양성 속에서 시너지를 만듭니다

현대 조직은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다양성은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생각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중용의 철학은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성을 억누르지 않고, 그 다양성을 조화의 자원으로 전환하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조직 내에서 서로 다른 관점이 부딪힐 때, 그것을 평준화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재배치하는 것이 중용의 방식입니다. ‘누구 말이 맞느냐’보다는 ‘이 다름이 어떻게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를 묻는 사고방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이같은 사례로 애자일(Agile) 조직에서는 다양한 직무와 성격의 구성원이 스프린트를 함께 수행하면서 의견 충돌이 잦지만, 그 갈등을 표면화하고 소통 프로토콜로 관리함으로써 오히려 몰입과 성과를 동시에 달성합니다. 이는 중용의 실천적 구조와 매우 유사합니다. 또한 메타(Meta, 구 페이스북)는 조직 내부의 심리적 안정과 다양성 존중을 위해 '협의 기반 문제 해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율해 가는 중용의 전략과 유사한 철학적 기반을 가집니다.

 

고전의 균형 감각이 조직의 미래를 설계합니다

중용은 고대 동양의 철학이지만, 오늘날 조직문화 설계에 있어 매우 현대적인 원칙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갈등이 일어났을 때 누구를 벌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입니다. 조직은 갈등을 통해 진화합니다. 다만 그 갈등이 파괴로 이어지지 않고, 재구성의 계기로 작동하려면 리더의 태도와 조직의 관점이 바뀌어야 합니다. 중용은 그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이제 조직 내 갈등을 피할 수 없는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고전 인문학에서 말하는 균형과 조화의 철학은, 지금도 유효한 전략이자 실천법입니다. 중용의 지혜는 단지 도덕적 규범이 아니라, 구성원 모두가 더 나은 관계 속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시스템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