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인문학과 현대 비즈니스

조직 자율경영 실천법, 고전에서 찾은 자기주도 해법

forget-me-not2 2025. 7. 10. 14:47

조직에서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은 화두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에서 ‘자율 경영’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구성원 개개인이 그 자율성을 실현할 수 있는 내적 기반은 충분히 조성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조선 유학의 거장, 퇴계 이황이 말한 ‘존양수기(存養修己)’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말은 단순히 도덕을 닦으라는 추상적 권고가 아니라, 리더와 구성원이 모두 스스로를 기르고 다스리는 자기관리의 철학적 방법론을 담고 있습니다. 하여 퇴계 이황의 사상을 통해 조직 안에서 자율성과 주도성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를 고찰해 보고자 합니다.

 

자율성과 주도성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아는 데 있다

퇴계 이황은 인간 내면의 도덕적 본성을 ‘존양(存養)’하고, 이를 실제 삶 속에서 구현하는 ‘수기(修己)’를 중시했습니다. 이는 조직적 언어로 바꾸면, ‘내면의 기준을 유지하고, 이를 일상 업무 속에서 실천하는 자기주도형 인재’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단지 외부의 평가나 지시가 아니라, 자신만의 기준과 목표를 명확히 세우고 그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적 태도가 퇴계 철학의 핵심입니다.
국내 스타트업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은 이러한 자기주도 문화를 실험해 온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회사는 팀별로 OKR을 자율적으로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각자의 미션을 주도적으로 정의하도록 독려합니다. 단순한 성과보다 각자의 기준을 스스로 정의하고 추구하는 태도를 조직이 장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퇴계의 철학과 닿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기 인식과 자기 기준이 조직 내 자율성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은, 고전과 현대를 관통하는 진리입니다.

고전에 기반한 조직 자율경영 실천법

존양: 내면의 중심을 지키는 자기 인식의 근육

퇴계가 말하는 ‘존양’은 인간의 본성, 즉 ‘선한 마음’을 지키고 기르는 일입니다. 이는 조직에서 흔히 말하는 ‘자기 인식(self-awareness)’과 밀접하게 닿아 있습니다. 자기 인식이 부족한 리더는 타인의 반응에 따라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의사결정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반면 자기 인식이 높은 리더는 내면의 기준을 유지한 채 일관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글로벌 기업 ‘넷플릭스’의 조직 문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넷플릭스는 ‘자유와 책임(Freedom & Responsibility)’을 핵심 가치로 삼고, 구성원 개개인의 자기 판단력과 책임감을 기반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매뉴얼보다 “좋은 판단력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고, 그 판단력에 조직을 맡긴다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퇴계의 존양 개념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내면의 기준을 유지하며 외적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인재가 조직의 중심축이 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기 주도성의 시작입니다.

 

수기: 스스로를 단련하는 지속적 성장의 태도

수기’는 퇴계 철학에서 매우 중요한 실천 항목입니다. 그는 일기를 쓰고, 자신의 하루를 반성하며, 일상 속에서 도덕적 실천을 구체화했습니다. 오늘날 기업에서도 성과 리뷰나 회고 미팅, 피드백 문화가 강조되지만, 그것이 진정한 ‘수기’로 연결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외부 피드백보다 스스로 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성찰의 습관입니다.
이러한 자기반성의 문화는 국내 IT기업 ‘NHN’의 조직 운영 방식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NHN은 팀 단위로 주기적인 ‘회고(Retrospective)’ 세션을 갖고, 각 구성원이 그동안의 일과 태도를 스스로 성찰합니다. 단순한 실수 지적이 아닌, ‘나는 왜 그런 선택을 했는가’, ‘그 결정에 내 신념은 있었는가’를 스스로 묻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수기’ 방식은 퇴계가 말한 ‘몸과 마음을 닦는 일상적 수련’과 본질적으로 닮아 있습니다.

 

자율경영은 방임이 아니라 내적 기준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많은 조직이 자율경영을 시도하다 실패하는 이유는, 자율을 ‘방임’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퇴계의 철학은 자율이란 외적 통제의 부재가 아니라, 내적 기준을 각자 세우고 공유하며, 이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는 체계라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대표적으로 국내 기업 ‘세븐일레븐 재팬’의 창립자 스즈키 도시후미는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권한을 부여하되, 그에 따르는 책임과 기준을 명확히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점포 운영자들은 매출 수치를 스스로 분석하고 운영 방향을 조정하는 데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율은 곧 책임이며, 그 책임은 내면의 기준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퇴계의 통찰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리더는 먼저 자신을 다스리는 모범으로 말해야 한다

퇴계는 항상 자신이 먼저 실천하고, 제자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말보다 모범을 중요시했고, 그 모범이 곧 조직  문화를 바꾸는 동력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오늘날의 조직에서도 리더가 말로는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을 강조하면서, 정작 스스로는 통제형 리더십을 고수한다면 구성원은 진정한 자율성을 실천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 미국의 투자회사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는 흥미로운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팀원들과 공개적으로 공유하며, ‘원칙 기반 경영(Principles-based Management)’을 실천합니다. 그의 조직은 모든 회의 내용을 녹화하고 전 구성원이 볼 수 있도록 합니다. 그만큼 리더 자신이 먼저 투명성과 자기 성찰을 보여줌으로써, 자율적 문화가 생동감 있게 유지되는 것입니다. 이는 퇴계의 ‘솔선수범’ 정신과 정확히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찰과 실천이 순환되는 조직이 곧 자기주도적 조직이다

 

조직의 자기 주도성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이는 퇴계가 말하듯, 끊임없는 성찰(존양)과 반복되는 실천(수기)의 사이클을 통해 비로소 만들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직무 자율권을 부여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내면의 기준을 키워가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한국의 대표 IT 기업 ‘토스(Toss)’는 이 원리를 시스템 차원에서 구현하고 있습니다. 토스는 수직적인 조직 구조를 철폐하고, 각 팀이 독립된 스타트업처럼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립니다. 그러나 그 자율성은 ‘무경계’가 아니라, 팀 내부에서 세운 기준, 투명한 회의, 공개된 피드백을 통해 철저히 내면화된 시스템 안에서 작동합니다. 즉, 존양수기의 철학이 실질적으로 조직 문화에 스며든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철학은 자기주도적 조직을 위한 깊은 자원이다

퇴계 이황의 존양수기 철학은 단순한 유교 윤리가 아니라, 조직의 자율성과 자기 주도성을 위한 철학적 기반이자 실천 로드맵입니다. 스스로를 기르고, 자신을 닦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이자 자율적 구성원이며, 이런 인재들이 있을 때 자율경영은 말뿐이 아닌 실천이 될 수 있습니다.

조직이 자율성을 추구한다면, 그 구성원부터 ‘존양수기’의 철학을 실천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합니다. 고전이야말로 오늘의 조직이 잊지 말아야 할 리더십의 뿌리입니다. 자기 주도성과 자율경영을 위한 가장 깊은 자원은, 바로 자기 성찰에서 비롯되는 철학적 태도임을 퇴계는 오래전부터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