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마케팅은 고객의 감정을 흔드는 데 능숙하다. 따뜻한 광고, 감동적인 사연, 공감 가는 슬로건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려 한다. 그러나 감성 마케팅이 지나치면 피로감을 유발하거나 브랜드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반대로 감정을 배제한 마케팅은 차갑고 딱딱하게 느껴져 소비자의 관심조차 받지 못할 수 있다. 이 양극단 사이에서, 마케터는 어떤 기준을 가지고 감정의 강약을 조절해야 할까.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할 수 있는 고전 사상이 있다. 바로 공자의 중용이다.
중용은 단순히 중간을 택하는 태도나 무색무취의 회피 전략이 아니다. 그것은 상황에 따라 가장 조화롭고 적절한 지점을 선택하려는 깊은 사고방식이다. 특히 감정이라는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요소가 중요한 현대 마케팅 환경에서는, 중용의 원리가 감성과 이성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강력한 기준점이 될 수 있다.
중용은 균형이 아니라 ‘적정’을 말한다
공자는 중용을 천명으로 이해했다. 인간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그 순간에 맞는 가장 적절한 태도와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중용이다. 이 말은 곧 언제나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맥락에 따라 최선의 조화를 찾으라는 뜻이다. 마케팅에서도 이 개념은 매우 유용하다. 고객의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목적이라 하더라도, 그 강도와 방식은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예를 들어 팬데믹과 같은 사회적 불안 상황에서는 밝고 자극적인 광고보다는 조용한 배려와 공감을 담은 메시지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반대로 소비 심리가 고조된 명절 시즌에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감성의 고조가 필요하다. 감정은 흐르고 움직이며, 그 안에서 브랜드는 항상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목소리가 ‘지금’ 적절한가를 판단하는 능력이다. 이것이 바로 중용의 통찰이 필요한 이유다.
감정 마케팅에 있어 중용이 필요한 이유
감정은 강력한 마케팅 자산이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위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고객이 감정적으로 연결되기를 원하지만, 그 감정이 조작되거나 과도하다고 느끼는 순간 신뢰는 무너진다. 특히 요즘처럼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진정성을 날카롭게 검증하는 시대에는,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려는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중용의 관점에서는 감정 표현은 항상 ‘조화’와 ‘절제’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브랜드가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고객이 느끼는 감정의 무게를 앞지르려 해서는 안 된다. 공감은 함께 걷는 것이지, 끌고 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정 마케팅은 고객의 감정 곁에 조용히 함께 서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이것이 중용이 강조하는 인간관계의 본질과도 통한다.
브랜드는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중간값이 아닌 최적값을 찾아야 한다
중용을 오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정확히 절반을 택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중용은 상대적이고 상황 기반의 개념이다. 고객이 슬픔을 느끼고 있다면 감정의 무게를 함께 나눠 가질 줄 알아야 하고, 기쁨에 들떠 있을 때는 너무 무겁게 행동하지 않아야 한다. 그때그때 고객의 상태를 정확히 읽고, 그에 맞게 감성의 볼륨을 조절하는 것이 중용적 마케팅이다. 이는 데이터 기반 마케팅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원칙이다.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다고 해도, 그 해석과 실행은 결국 인간적인 감각과 윤리적 판단을 요구한다. 숫자가 말하는 트렌드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의 흐름’을 읽는 일이다. 데이터를 근거로 하되, 그 위에 중용의 감각을 얹는 것이야말로 감성 마케팅을 성공으로 이끄는 핵심 전략이 된다.
중용은 마케팅 언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광고 문구나 브랜딩 언어 또한 중용의 정신을 담을 수 있다.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선정적인 표현은 일시적인 관심은 끌 수 있지만 신뢰를 얻기는 어렵다. 반대로 너무 이성적이고 거리감 있는 언어는 브랜드를 냉정하게 만들고 소비자의 공감을 얻기 힘들게 한다. 브랜드가 쓰는 언어는 감성적이되, 절제되어 있어야 한다. 따뜻하지만 과하지 않고, 진심이 느껴지되 계산적이지 않아야 한다. 중용은 바로 그 미묘한 언어의 경계를 가늠하게 해주는 기준이다. 이 기준을 실무에서 적용하기 위해서는 단어의 선택뿐 아니라, 문장의 길이, 어조, 표현 수위까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감정 마케팅의 진정성은 중용에서 온다
감정을 활용한 마케팅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지만, 진정성이 결여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행동뿐 아니라 태도와 동기도 함께 읽는다. 중용은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브랜드가 감정 표현에 있어 조화롭고 일관되며, 상황에 맞게 절제된 메시지를 보일 때, 소비자는 브랜드의 진정성을 느끼게 된다. 감성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은 공감과 연결이다. 그리고 그 연결이 진심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말할 것인가’가 더 중요해진다. 이 ‘어떻게’에 대한 해답이 바로 중용의 영역이다.
감성과 중용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브랜드 신뢰
브랜드가 고객에게 감정적으로 어필하려는 시도는 흔하다. 하지만 그 감정이 브랜드의 철학과 일관되지 않으면 신뢰를 형성하기 어렵다. 중용은 감정 표현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감정은 때로 흔들릴 수 있지만, 그 안에서 일관된 원칙과 절제된 방식으로 소통하는 브랜드는 결국 고객에게 깊은 신뢰를 얻는다. 마케팅에서 중요한 것은 강렬한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인 감정이다. 강한 감정은 기억되지만, 반복되기 어렵다. 중용은 브랜드가 감정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만들지를 고민하게 해주며, 단발적인 감성 터치가 아니라 관계의 연속성을 가능하게 만든다.
고전의 지혜가 마케팅의 미래가 되는 이유
공자의 중용은 단지 윤리적 처세술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인간 심리와 관계의 본질을 꿰뚫는 사유 방식이다. 특히 감정이라는 복잡한 요소를 다루어야 하는 마케팅에서, 중용은 감성과 이성, 감동과 전략, 표현과 절제 사이의 최적 지점을 찾아주는 나침반이 된다. 감정 마케팅이란 결국 고객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는 일이다. 그리고 모든 관계에는 거리와 타이밍, 강약과 조화가 필요하다. 브랜드가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고, 감정을 전략이 아닌 연결의 수단으로 사용할 때, 그 브랜드는 단순한 판매자가 아니라 신뢰받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중용은 이런 브랜드를 만드는 데 필요한 고전적 감각이며, 지금 시대의 마케터가 반드시 다시 읽어야 할 철학이다.
'고전 인문학과 현대 비즈니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의 말하기, 현대의 콘텐츠를 움직이다 (0) | 2025.06.28 |
---|---|
고전이 말하는 자연스러운 브랜드 소통 (0) | 2025.06.27 |
고전 철학이 알려주는 고객의 마음 사로잡는 법 (0) | 2025.06.27 |
공자 철학 ‘인(仁)’에서 배우는 고객 감성 마케팅의 본질 (0) | 2025.06.26 |
SNS 시대, 140자 안에서 사로잡는 수사학적 설득의 기술 (2) | 2025.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