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인문학과 현대 비즈니스

고전 철학이 알려주는 고객의 마음 사로잡는 법

forget-me-not2 2025. 6. 27. 10:00

마케팅은 보통 경제학, 심리학, 커뮤니케이션학 등 실용적 학문과 연결되어 이해된다. 하지만 인문학, 특히 고대 철학은 소비자 심리와 브랜드 전략을 설명하는 데 있어 새로운 프레임을 제공할 수 있다. 고전 철학이 다룬 것은 결국 인간의 본성과 욕망, 판단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의 ‘감정’과 ‘선함’에 주목했던 고대 동서양의 철학은, 오늘날 소비자가 왜 어떤 브랜드에 더 끌리고, 어떤 제품에는 마음을 열지 않는지를 설명해 주는 사유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감정적 선(善)함’이라는 개념은, 소비자 행동의 이면에 깔린 정서적 윤리성을 해석하는 핵심 개념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감성적 광고나 스토리텔링을 넘어서, 브랜드가 지닌 도덕적 태도나 정서적 배려가 소비자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를 고전의 언어로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고전인문학-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고전철학의 방법

 

선善함은 왜 ‘감정’의 언어로 이해되어야 하는가?

‘선함’은 흔히 이성적 판단의 결과로 여겨진다. 그러나 고대 철학,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와 공자, 맹자 같은 사상가들은 선함이란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실현되는 ‘감정적 성품’에 가까운 것이라고 보았다. 예컨대 맹자는 인간에게 ‘측은지심(惻隱之心)’이라는 도덕의 씨앗이 본래부터 내재한다고 했다. 이 감정은 누군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았을 때 저절로 생겨나는 연민이며, 이는 이성을 뛰어넘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현대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어떤 브랜드를 신뢰하고 반복 구매하게 되는 이유는, 그 브랜드가 우리를 ‘감정적으로 안전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가격이나 품질보다 먼저, 우리는 그 브랜드가 ‘좋은 사람 같다’는 인상을 받을 때 비로소 그들의 메시지를 귀 기울여 듣는다.

 

브랜드의 감정적 선함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감정적 선함이란 단지 ‘착해 보인다’는 인상을 넘어서, 브랜드가 실제로 정서적·도덕적 책임을 다하는지를 통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고객이 불편함을 겪었을 때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고객의 감정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좋은 사람’의 이미지를 남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우리가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은 그 사람이 말한 내용보다 그 사람의 인격 때문이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는 브랜드의 논리보다 정서적 태도를 먼저 평가한다.

좋은 브랜드’는 친절한 언어, 일관된 가치 실천, 환경과 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그 감정적 선함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파타고니아는 단순히 환경을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친환경 생산과 윤리적 소비를 실천함으로써 소비자에게 도덕적 신뢰를 얻는다. 이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는 기능적 만족을 넘어 ‘윤리적 정체성과의 일치’에서 비롯된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철학을 직관한다

재미있는 점은, 소비자 대부분이 브랜드의 경영 이념이나 철학을 글로 읽지 않더라도, 그들의 마케팅이나 서비스, 디자인을 통해 ‘느낀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의 영역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에토스(ethos)’는 연설자의 도덕적 성품이 청중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될 때 설득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광고 문구로 외치기보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게’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의 ‘진정성’이다. 요즘 소비자는 브랜드가 보여주는 선한 행위가 진심인지, 아니면 마케팅을 위한 퍼포먼스인지를 쉽게 감지한다. 진정한 감정적 선함은 고객과의 모든 접점(포장재, 고객 응대, SNS 응답, 브랜드 스토리 등)에서 일관되게 느껴져야 한다.

 

고전 철학 속 사례에서 배우는 설득의 감정 원리

고전 철학은 수많은 사례를 통해 감정적 설득의 원리를 설명해 왔다. 예를 들어 플루타르코스는 『영웅전』에서 알렉산더 대왕이 적국의 여왕에게 예를 갖추고 존중을 보낸 이야기를 전한다. 그는 무력을 넘어 ‘인정과 품격’을 통해 적의 마음을 얻었다. 오늘날 브랜드도 비슷하다. 경쟁보다 공감, 설득보다 이해가 더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동양의 공자는 “진심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킨다(誠者,感人之本也)”고 말한다. 진정성은 감정에 가장 빠르게 침투하는 언어이며, 이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제된 언어보다 때로는 서툴러도 진심이 담긴 메시지가 더 강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간다.

 

감정적 선함은 실천 가능해야 한다

이론적으로 감정적 선함이 중요하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그것을 실무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브랜드는 ‘감정의 동선’을 설계해야 한다. 고객이 브랜드를 접하는 모든 지점. 처음 본 광고, 홈페이지의 문구, 결제 과정, CS 응대에서 어떤 감정을 경험하는지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설계해야 한다.

두 번째로는 브랜드 내부의 정서적 문화가 외부와 연결되어야 한다. 감성 마케팅은 단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기술이 아니라, 브랜드 내부에서도 감정적 윤리와 존중이 실현되어야 한다. 진정한 감정은 내부에서 외부로 번지는 것이며, 내부 직원이 존중받지 못하면 고객도 존중받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는 자신의 사회적 태도를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 단지 제품을 잘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하고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소비자가 브랜드에 기대하는 ‘선함’의 범주다.

 

감정은 판단보다 앞선다

고전 철학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보는 동시에, 그보다 더 근원적인 감정적 동물로 이해했다. 우리는 논리보다 먼저 감정으로 반응하고, 그 뒤에 판단을 통해 합리화를 붙인다. 브랜드가 고객과 신뢰를 쌓고 충성도를 높이려면, 논리적 설득을 앞세우기보다 감정적 선함으로 먼저 마음을 얻어야 한다.

감정적 선함은 착해 보이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다. 그것은 진정성 있는 태도, 정서적 공감, 도덕적 일관성으로 실현되는 브랜드의 인격이다. 고전 속 철학이 말하는 선함은 바로 그런 것이다. 지금의 마케팅도, 그 본질은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