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인문학과 HRD: 순자에게 배우는 성장 기반 교육 리더십
현대 조직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사람을 어떻게 기르고 성장시키는가’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보하고 업무 환경은 유연해졌지만, 여전히 조직을 움직이는 핵심은 사람입니다. 고전 인문학은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합니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을 악(惡)이라 보되, 교육과 습관의 힘을 통해 선한 존재로 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유는 오늘날 조직 내 인재 육성과 교육 시스템의 본질적 설계 원리로 재해석될 수 있습니다.
인재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존재입니다
순자는 “사람의 본성은 악하나, 그 악은 고칠 수 있다”는 명제를 바탕으로, 교육과 학습을 통해 누구든지 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선천적 능력보다 후천적 환경과 훈련을 강조하는 현대 인재 개발 철학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도 뛰어난 기업일수록 ‘타고난 천재’를 찾기보다는, ‘조직 안에서 성장하는 인재’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신입사원 입문 교육부터 리더십 아카데미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인 교육 커리큘럼을 운영하며, 인재를 장기적인 안목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순자의 교육 철학이 현대 인재 개발 시스템의 핵심 기둥이라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교육은 지식을 넘어서 태도와 습관을 형성하는 일입니다
단순한 지식의 주입보다, 습관과 규범의 내면화를 더 중시했던 순자는 “예(禮)를 통해 사람은 본성을 제어하고, 행동을 바르게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조직이 단순한 직무 교육을 넘어, 가치 중심의 교육과 태도 형성에 주력해야 함을 시사합니다.
기업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인 정직, 협업, 책임 등은 단기간 교육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를 조직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선, 반복적이고 일관된 학습과 실천의 장치가 필요합니다. 국내 게임 기업 넥슨은 ‘리더십 밸류북’을 제작하여 임직원 전원이 공유하고 실천하도록 유도하며, 인성 기반의 조직문화를 교육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제도와 환경은 인재를 담는 틀이 되어야 합니다
순자의 철학은 인간이 자연스레 선한 존재가 될 수 없기에, 외부의 제도와 질서를 통해 선을 유도해야 한다는 사상을 내포합니다. 이처럼 개인의 성장을 돕기 위해 조직은 교육적 환경과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예컨대, 직원의 역량 강화는 개인의 의지뿐만이 아니라 조직의 지원 체계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구글은 ‘20% 룰’을 도입해 구성원이 주어진 업무 외에 자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과정을 통해 몰입도와 창의력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습니다. 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적 설계안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인프라여야 합니다.
평가는 성장의 도구로 작동해야 합니다
순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힘이 중요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이 본성을 고치기 위해선 끊임없는 반성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철학은 현대 인사 평가 시스템의 철학적 기초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수치 중심의 성과 평가에서 벗어나, 피드백과 코칭 중심의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예컨대, 어도비(Adobe)는 연 1회 평가 제도를 폐지하고, ‘체크인(Check-in)’이라는 지속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해, 구성원이 자율성과 책임감을 동시에 키울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평가를 벌점이 아닌 성장의 자극으로 전환하며, 조직 전체의 학습 효율성을 끌어올립니다. 순자가 강조한 지속적인 자기성찰과 타인의 조언 수용 태도는, 조직의 학습 문화를 구축하는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교육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사람을 남깁니다
교육은 단순히 사람을 변화시키는 도구를 넘어, 조직 전체의 문화를 형성하는 바탕이 됩니다. 순자는 인간의 본성은 악하되, 반복되는 교화와 학습을 통해 선한 존재로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조직 구성원이 선한 의도를 품고 행동하게 만드는 문화 설계의 출발점이 됩니다.
예컨대, 일본의 유니클로는 입사 초기부터 ‘정직’과 ‘품질 중심 사고’를 핵심 철학으로 반복 교육하며, 매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에서 구성원이 스스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이는 단순한 규칙이 아닌, 조직의 윤리적 체질로 자리 잡게 하는 학습 기반 문화입니다. 이처럼 교육은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 속에서 인재는 조직을 믿고 남습니다. 떠나지 않는 인재를 만드는 가장 강력한 전략은, 고전이 강조하듯 ‘가르침’과 ‘습관화’의 지속성에 있습니다.
순자의 인성론은 지속 가능한 인재 전략의 뿌리입니다
오늘날 교육 전략은 직무 역량 중심에서 점차 인성, 가치, 습관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순자의 사유는 이러한 흐름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그는 인간은 태생적으로 부족하지만, 교육과 환경, 제도적 지지를 통해 충분히 발전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는 모든 구성원을 잠재적 인재로 바라보는 포용적 인재 전략의 기반이 됩니다.
고전 인문학과 현대 비즈니스가 만나는 지점은 바로 이 ‘가능성의 신뢰’입니다. 사람을 믿고, 성장 가능성을 전제로 제도를 설계하며, 문화 안에서 그 가능성이 실현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순자의 철학이 오늘날 기업 교육 전략에 주는 깊은 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