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인문학에서 찾은 자율 경영의 원리: 리타(Rta)와 현대 비즈니스 전략
현대 비즈니스 환경은 유례없는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유연한 업무 수행 방식, 권한이양과 자율 경영의 확산은 조직 내 질서와 안정성의 유지라는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전 인문학은 뜻밖의 길을 제시합니다. 바로 인도 고전 『베다(Veda)』에 등장하는 우주의 근본 질서, 리타(Rta) 개념입니다.
리타는 단순한 물리적 법칙이 아닌, 우주와 인간, 자연과 윤리, 신과 공동체를 포괄하는 ‘조화의 법칙’입니다. 이것은 조직이라는 집단이 내적 조화와 자기조정 기능을 갖추는 방식에도 깊은 영감을 줍니다. 리타는 외부의 강제나 통제가 아니라, 각 구성원 내면의 규율이 전체를 질서 있게 만든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자기조직화(Self-organizing system) 개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리타는 강제가 아닌 자율의 질서를 말합니다
『베다』의 세계관에서 리타는 신들이나 인간이 강제하는 질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스스로 따라야 하는 ‘내면의 질서’입니다. 해와 달의 운행, 계절의 순환, 생명의 탄생과 소멸까지 모든 흐름은 리타에 근거해 일어난다고 여깁니다. 이는 조직 경영의 관점에서 볼 때, 외부 통제가 아닌 내부 자율성과 일관된 가치 기반의 운영이 중요함을 의미합니다.
예컨대 세계적인 제조기업인 세미코어(Semco)는 관리자 없이 팀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하는 자율 경영 체제를 운영합니다. 이 조직에서는 규정이 아닌 철학이, 감시가 아닌 신뢰가 핵심 운영 원리입니다. 리타의 철학처럼, 세미코어는 질서의 중심을 외부 통제에서 내부 기준으로 이동시킨 기업 문화의 실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인문학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런 자율성 기반 질서는 인간의 본성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베다』는 인간이 우주의 질서에 동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고, 현대 조직도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협력하고, 자신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기반 위에서 설계되어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철학이며, 자율은 관리되지 않는 방임이 아니라, 신뢰에 기반한 책임의 다른 이름입니다.
리타는 반복과 리듬 속에 내재화됩니다
리타는 단번에 성립되지 않습니다. 『베다』에서는 반복적인 의식과 수행, 즉 리추얼(Ritual)을 통해 리타가 사회 속에 자리 잡는다고 강조합니다. 조직 문화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됩니다. 질서란 한 번의 규정 제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는 행동과 경험 속에서 스며드는 문화입니다. 예를 들어, 디자인 전문기업 IDEO는 정기적인 팀 회고(Retrospective) 문화와 짧은 주기의 피드백 루프를 통해 조직 질서를 유지합니다. 그 어떤 매뉴얼보다도 구성원 간의 정례화된 소통, 회고, 점검이 팀의 리듬을 형성합니다. 이는 고대 인도의 리타 개념이 일상의 의식을 통해 유지되었던 방식과도 유사합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반복은 구성원 각자의 업무 방식과 심리적 안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루틴은 사람의 행동을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예측 가능성은 심리적 안정으로 이어지며, 이는 다시 자발적인 협력으로 순환됩니다. 고전 인문학은 반복과 리듬이 단지 비효율적인 절차가 아니라, 정체성과 안정성을 내면화하는 장치임을 일깨워 줍니다. 오늘날 기업이 매일의 스탠드업 미팅, 주간 회고, 월간 피드백 세션을 지속하는 이유도 그 안에 내재된 질서의 리듬을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기 위함입니다.
리타는 개인의 책임을 전체와 연결합니다
『베다』는 리타를 개인의 행위와 우주의 질서를 연결하는 관념으로 바라봅니다. 즉, 한 사람의 올바른 말과 행동이 공동체 전체의 조화에 기여하며, 반대로 이탈이나 탐욕은 전체 질서를 훼손한다고 보았습니다. 현대 조직에서도 한 사람의 책임 있는 행동이 전체에 긍정적인 파장을 일으키는 문화를 강조합니다. 예컨대,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 어도비(Adobe)는 관리자 승인 없이 개인이 교육비나 장비 비용을 자율적으로 집행할 수 있도록 ‘신뢰 기반 운영’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신, 모든 구성원은 “회사의 가치를 기준으로 결정했는가?”라는 단 하나의 질문에 스스로 답해야 합니다. 이는 외부 감시 대신 내면의 기준이 조직을 이끄는 질서라는 점에서 리타와 통합니다.
또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OKR(Objectives and Key Results)을 통해 각 구성원이 조직 전체의 목표를 인지하고 자신의업무를 연결시키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 성과관리를 넘어, 전체 조직의 리듬에 맞추어 자기 업무를 조율하는 질서의 형태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인문학적 관점에서 조직을 본다면, 구성원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윤리적 감각과 공동체적 책임을 함께 느끼는 문화가 곧 진정한 질서입니다. 자기조정 문화란 스스로 책임지는 구성원이 많을수록 더 단단해지며, 이것이 곧 지속 가능한 조직의 핵심 자산이 됩니다.
혼돈과 유연성 속의 질서, 그것이 리타입니다
오늘날 기업은 애자일(Agile), 린(Lean), 홀라크라시(Holacracy) 등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기존의 위계적 질서를 넘어서는 조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구조의 해체가 아닌, 더 정교한 자기조정 질서를 만들어내기 위한 시도입니다. 리타는 변하지 않는 규칙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유지되는 근본 원리의 탐색입니다. 고전 인문학의 사유는 이러한 현대적 실험에 철학적 방향성을 제시해 줍니다. 질서는 통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신뢰, 반복, 리듬, 내면의 기준으로 유지됩니다.
『베다』의 리타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자율 경영', '심리적 안전', '문화적 일관성'과 맥을 같이 합니다. 고전 인문학과 현대 비즈니스가 만나는 이 지점에서, 우리는 조직이 혼돈을 넘어 조화롭고 지속 가능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습니다. 결국 조직의 성숙도는 얼마나 잘 통제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잘 ‘신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