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비즈니스 세계에서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조직의 일상입니다. 팀 간 이해관계 충돌, 리더와 구성원 간의 기대 불일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따른 내부 압박 등은 모두 건강한 조직이라면 반드시 마주하게 되는 성장통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갈등을 단순히 제거할 문제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어떻게 조율하고 전환하느냐가 리더십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고전 인문학에서 『좌전(左傳)』은 춘추시대의 외교, 전쟁, 국가 간 긴장을 기록한 역사서입니다. 겉으로는 정치의 기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어떻게 조정하고, 타협하며, 갈등을 기회로 전환했는가에 대한 수많은 리더십 전략이 담겨 있습니다. 이 고전은 오늘날 조직 내 리더가 마주하는 복잡한 갈등 상황을 다루는 데 유의미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갈등은 숨기지 말고 드러내고 조율해야 합니다
고대 외교의 핵심이던 좌전에서는 갈등을 드러내고 다루는 방식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진나라와 초나라 사이의 긴장 상황을 조정하던 외교관 자산은 각국의 입장을 인정한 후, 중립적 제안을 통해 분쟁을 완화한 전략가로 평가됩다. 그는 단순히 양측을 타이르지 않고, 상대가 느끼는 위협의 정서를 언어화하며,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규명한 뒤 설득에 나섰습니다.
현대의 리더에게도 이 점은 중요합니다. 갈등을 회피하는 것은 해결이 아니라 지연일 뿐입니다. 회의 자리에서 불편한 의견이 나올 때 이를 묵살하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의견 뒤에 숨겨진 맥락과 감정을 읽어내고, 공적 공간에서 조율의 프레임을 만들어야 합니다. 구성원이 안심하고 이견을 낼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그것을 포용하고 설계하는 리더의 태도가 핵심입니다. 또한 리더는 갈등을 드러낸 이후에도 구성원 간 감정의 온도를 섬세하게 조율해야 합니다. 의견이 충돌한 이후 침묵이 길어지거나 특정 팀원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사후적인 회복 커뮤니케이션을 병행해야 하며, 감정과 사실을 분리해 정리해 주는 정서적 중재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긴장 상태를 조율하는 리더의 태도
역사적 전환기의 중심에 선 인물 중 하나였던 조쇠는 내부 권력투쟁 속에서도 중간자적 입장을 유지하며, 양측의 신뢰를 동시에 얻는 ‘균형자 리더십’을 발휘했습니다. 그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되,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감정이 아닌 원칙으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을 구현했습니다.
이러한 리더십은 오늘날 조직에서도 필요합니다. 특히, 다양한 세대와 직무, 배경이 공존하는 환경에서는 단일 기준으로 모든 의견을 재단하기 어렵습니다. 리더는 조직 내 긴장 구조를 인식하고, 어느 한쪽의 편이 아닌 조정자의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역량은 감정 조절력, 중립적 커뮤니케이션, 상황 맥락에 따른 판단력입니다. 더불어 리더는 자신이 중립적이라고 느끼는 태도조차 구성원 입장에서는 기계적인 판단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정서적 지지와 명확한 설명의 균형을 유지하는 ‘감정형 중재자’의 자세를 병행해야 합니다.
고전 사례로 읽는 실천적 리더십 전략
실패를 숨기지 않고 기록한 고전은 흔치 않습니다. 하지만 좌전은 갈등 상황에서 리더가 실수했을 때의 결과까지도 보여줍니다. 제나라의 군주 환공은 자신에게 쓴소리 하던 관중을 멀리하고, 아첨하는 자들을 가까이하다가 내부 혼란을 자초했습니다. 반대로 후에 제나라를 안정시킨 군주는 과거의 갈등 상대였던 인물들을 다시 불러들여, 과거를 인정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처럼 고대의 기록은 “누가 옳았는가”를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리더십이 조직을 안정시키고 성장시켰는가를 보여줍니다. 현대 기업에서 과거의 내부 갈등이나 실수를 외면하지 않고, 그것을 복기하고 토대로 삼아 조직 재설계를 진행하는 리더십 역시 좌전의 통찰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실수에서 배움을 끌어올릴 수 있는 리더가 진정한 전략가입니다. 또한 조직이 커질수록 ‘정책적 침묵’이나 ‘형식적 타협’이 내부 갈등을 잠재우는 방식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조직 전체의 신뢰 자산을 갉아먹습니다. 좌전이 보여주듯, 갈등은 해결의 모양보다도 해결 이후의 상호 존중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협상은 말보다 맥락을 읽는 기술입니다
수많은 외교 문서와 협상 대화가 수록된 좌전을 살펴보면, 협상의 성공은 말의 수사나 논리보다 ‘맥락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했는가’에 달려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어떤 이익을 얻고 싶어 하는지, 혹은 체면과 자존심은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파악한 리더는 갈등을 해결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갈등보다, 그 이면에 작동하는 감정과 욕구를 파악하는 리더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이건 우리가 옳다”는 주장보다 “당신이 느끼는 우려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태도, 그리고 그러한 감정의 흐름을 반영하여 제안을 조율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고전 인문학은 갈등을 ‘이기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으로 이해합니다. 현대의 조직 커뮤니케이션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의 언어를 번역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는 것처럼, 좌전 속 협상가는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심리적 지형까지 고려해 말의 방식과 시점을 조절했던 리더들이었습니다.
갈등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신뢰 회복의 전략
고전이 반복해서 보여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갈등을 단기적으로 해결한 후 장기적 관계 복원에는 실패한 리더가 많았다는 점입니다. 오늘날도 조직 내에서 갈등을 일단락 짓는 데만 집중하고, 사후 관리 없이 구성원의 마음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더십은 갈등이 끝난 다음 단계에서 진가를 발휘해야 합니다. 예컨대, 구성원 간 충돌이 해결된 후, 리더가 개입해 정서적 회복을 위한 피드백 세션이나 감사 표현을 실천하는 것,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함께 안내하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좌전이 말하듯, 갈등을 이긴 자가 아니라, 관계를 회복시킨 자가 결국 공동체를 이끈 리더로 남습니다. 오늘날 리더 역시 문제 해결자에 그치지 않고, 신뢰 회복의 설계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인식해야 합니다.
신뢰 회복은 단순히 상처를 덮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갈등을 통해 조직이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구성원에게 심어주는 과정입니다. 고전 인문학이 말하는 리더십은 바로 그 믿음을 구축할 수 있는 태도의 지속성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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