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인문학은 단지 사상과 윤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소통과 의미 형성의 뿌리에 대해서도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후한 시대의 허신(許愼)이 편찬한 최초의 한자 어원사전으로, 문자의 형성과 의미를 통해 인간의 생각과 관계의 구조를 분석한 고전입니다. 이는 오늘날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공동체적 신뢰와 문화 형성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기업 조직에서 리더는 수많은 언어를 통해 비전, 전략, 피드백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이 커뮤니케이션이 왜곡되거나 일방향이 되면, 구성원은 진심을 읽지 못하고 불신이 쌓이게 됩니다. 설문해자는 단어의 기원과 구조를 파헤침으로써, 말의 진정한 무게와 소통의 방향성을 되돌아보게 하는 고전적 렌즈입니다.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담긴 깊은 의도와 감정을 해석하는 능력은 오늘날 조직 내에서 신뢰와 몰입을 이끄는 핵심 역량으로 작용합니다.
문자의 본질은 의미를 ‘엮는 것’입니다
설문해자에 따르면 ‘문(文)’이라는 글자는 실타래처럼 얽힌 무늬를 의미하며, 다양한 요소를 연결하고 조직하는 기능을 내포합니다. 이는 곧 커뮤니케이션이 단절이 아닌 연결의 기술임을 말해줍니다. 조직 내에서 말과 글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구성원의 사고를 하나로 엮고, 관계를 조직화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고전 인문학은 언어의 구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방향을 점검하게 합니다. 현대 기업이 이메일, 회의, 보고서, 슬랙 등 수많은 언어 수단을 사용하지만, 그 근간에는 ‘진정성 있는 연결’이 자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설문해자가 문자 속에 담긴 윤리와 질서를 탐구했듯, 현대 비즈니스 리더도 언어의 질을 관리해야 조직 내 신뢰가 쌓입니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메시지는 빠르게 전달되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자주 희미해집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말의 속도가 아니라 의미의 깊이입니다. 고전이 문자 하나에 수많은 맥락을 담듯, 조직 언어 역시 한 마디가 신뢰를 형성하거나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리더의 언어는 조직의 문화를 반영합니다
조직 내 리더가 사용하는 언어는 구성원의 감정과 행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설문해자는 ‘신(信)’의 어원을 분석하며, ‘말(言)’과 ‘사람(人)’의 결합으로 신뢰를 설명합니다. 이는 리더가 말하는 것과 그 사람됨이 일치할 때 신뢰가 형성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고전 인문학적 관점은 현대 리더십에서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예컨대, IBM의 전 CEO 지니 로메티(Ginni Rometty)는 위기 시 항상 솔직하고 투명한 언어를 통해 신뢰를 구축해 왔으며, "말은 현실을 설계하는 도구"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리더의 말이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이처럼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전략적 언행이 아니라, 조직의 신념과 문화를 반영하는 실천적 언어로 해석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와 연대가 자라납니다. 또한 말은 단지 현재의 상태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를 예견하고 조직을 이끄는 힘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왜곡되지 않는 언어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듭니다
설문해자는 문자의 구성 원리를 해체함으로써, 표면에 드러난 말이 아닌 그 이면의 구조와 진의를 드러냅니다. 이는 오늘날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이 겉보기에 부드러워 보여도, 그 본질이 위계와 억압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실제로 많은은 조직이 커뮤니케이션 툴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말단 구성원의 의견은 묵살되거나, 중간관리자의 해석을 거치며 왜곡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고전 인문학은 이런 구조적 왜곡을 경계하며, 말의 진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만 커뮤니케이션이 신뢰로 이어질 수 있음을 말합니다.
국내 IT 기업 ‘직방’은 CEO가 주 1회 전 직원에게 직접 ‘CEO 위클리레터’를 발송하며, 불필요한 수직적 해석 없이 경영진의 생각을 구성원에게 직접 전달하는 소통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실천은 『설문해자』가 지향한 문자-의미-관계의 일치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말의 맥락과 의도를 세심히 관리하고, 해석의 차이를 줄이는 기술은 현대 비즈니스에 필수적인 조직 역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고전은 이를 기술이 아니라 철학의 문제로 풀어냄으로써, 언어를 통한 인간 중심 경영의 방향을 제시합니다.
말은 조직을 세우는 도구입니다
고전 인문학은 조직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로 ‘말’을 봅니다. 설문해자는 언어가 단순한 기호 체계가 아니라, 공동체의 질서를 설계하는 구조적 장치임을 역설합니다. 이는 현대 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곧 조직의 품격을 결정한다는 점과 일맥상통합니다.
최근 ‘조직문화 코칭’의 주요 화두도 구성원 간의 피드백 언어, 회의 언어, 채팅의 뉘앙스 등 언어의 질을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말투 하나, 단어 하나가 조직 내 심리적 안전감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는 것은, 고전 인문학에서 강조해온 ‘언어의 힘’에 대한 실천적 적용입니다. 특히 다문화, 다세대 구성원이 공존하는 조직일수록 언어는 문화 간 연결과 충돌의 중심에 놓이게 됩니다. 설문해자는 단일 언어 체계 안에서도 의미의 다층성을 강조하였듯, 현대 조직에서도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고려한 언어 설계와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고전은 말의 뿌리를 통해 조직 문화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설문해자는 단지 사전이 아니라, 인간의 말과 문화를 해석하는 철학적 도구입니다. 현대 기업은 복잡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말의 품격을 잃지 않아야 하며, 그 말 속에 담긴 윤리와 태도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합니다.
고전 인문학은 조직 운영의 기본 언어가 무엇을 지향하고,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되묻게 만듭니다. 특히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정보 전달이 아니라, 조직의 철학과 정체성을 구현하는 장이라는 점에서 설문해자는 우리에게 중요한 성찰을 제공합니다. 단어의 뿌리로부터 의미를 되짚고, 말과 사람의 일치를 추구하는 태도는 단지 철학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이는 구성원을 존중하고, 조직의 비전을 설득력 있게 전파하며,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실천적 리더십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 인문학은 리더의 말 한마디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가장 오래된 매뉴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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