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시대에 경영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가치 기준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동합니다. 여기에 글로벌 위기나 공급망 불안, 인재 유출 등과 같은 외부 요인까지 더해지면, 정적인 구조의 조직은 생존조차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많은 기업은 유연한 조직, 민첩한 의사결정, 빠른 변화 대응력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자 합니다. 하지만 ‘유연성’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구조를 바꾸거나 프로세스를 줄이는 것을 넘어서, 조직의 철학과 문화 속에 뿌리내려야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고전 인문학이 유용한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서양 철학의 출발점이라 불리는 탈레스는, 세계의 본질을 물로 규정하면서 모든 존재는 끊임없이 변하면서도 그 안에 질서를 지닌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사유는 단순한 자연철학을 넘어서, 오늘날의 조직이 가져야 할 사고방식, 즉 유연하지만 중심을 잃지 않는 태도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고전 인문학의 원형적 통찰, 물은 모든 것을 포용하지만 본질을 잃지 않는다
탈레스는 기원전 6세기경 소아시아 밀레토스에서 활동한 철학자로 서양 철학사에서 최초로 세계의 근원을 신화가 아닌 자연적 원리로 설명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탈레스는 만물의 근원이 물이라 주장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주장이 아니라, 존재와 변화의 원리를 설명하는 철학적 선언이었습니다.
물은 형태가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주어진 조건에 따라 자유롭게 모양을 바꿉니다. 그러나 물은 흐르면서도 스스로를 유지하고,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유연하게 이동하면서도 본질을 잃지 않습니다. 탈레스는 이 물의 속성을 통해, 모든 존재가 유동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되 그 안에서도 일관된 원리가 존재한다고 보았습니다.
탈레스의 이러한 철학은 오늘날 기업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기업이 유연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규칙을 줄이고 구조를 흔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유지되어야 할 핵심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마치 물이 어떤 용기에 담겨도 그 본질은 변하지 않듯, 조직도 변화의 외형 안에서 정체성과 철학을 지켜야 합니다.
물처럼 유연한 기업, 변화에 저항하지 않고 흘러간다
유연한 조직은 변화에 저항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받아들이는 능력을 갖춘 조직입니다. 많은 기업이 변화의 시기에 직면할 때 두 가지 극단으로 반응하곤 합니다. 하나는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변화를 외면하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급격한 구조 전환을 시도하다 내부 혼란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탈레스의 물 개념은 이 둘의 균형점을 제시합니다.
유연한 조직은 환경의 흐름을 읽고 그에 맞춰 자신의 구조와 전략을 조정합니다. 동시에 모든 변화 속에서도 핵심 정체성은 지켜냅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 팀이 지향하는 일하는 방식, 조직이 갖는 윤리적 기준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이와 같은 사고는 ‘유동적이되 중심이 있는 조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물처럼 흘러가지만, 그 흐름이 목적 없는 흔들림이 아니라 방향성을 지닌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고전 인문학이 제시하는 유연성의 철학은 단순한 민첩함을 넘어선 성숙한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유연성은 구조 이전에 철학이어야 합니다
많은 조직이 유연성을 이야기할 때, 조직도를 수평적으로 바꾸고,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거나, 업무 권한을 분산하는 식의 제도적 접근을 합니다. 그러나 탈레스의 관점에서 보자면, 유연성은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이해 방식’에서 비롯되어야 합니다. 즉, 불확실성과 변화는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항시적인 조건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런 철학이 자리 잡힌 조직은,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예상치 못한 위기’로 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수용합니다.
탈레스가 물의 본질을 강조한 이유는, 모든 것은 ‘생성’되고 ‘변화’한다는 것을 체득하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기업도 이와 같은 철학적 기반 위에서 전략을 설계하고 문화 시스템을 운영할 때, 유연성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조직의 일상적 조건이 됩니다. 그리고 이는 결국 구성원의 마인드 셋과 깊게 연결됩니다. 리더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구성원이 실패를 성장의 기회로 여길 수 있을 때, 조직은 외부 변화보다 더 빠르게 진화할 수 있습니다.
사례로 보는 유연한 브랜드의 운영 방식
일본의 유니클로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따라 상품 구성과 생산 방식을 유동적으로 설계하면서도, 일관된 브랜드 철학인 '옷을 통해 삶을 개선한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니클로는 시즌별 트렌드를 따르면서도, 소재 연구와 기본 디자인의 철학을 기반으로 운영되어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본질이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또한 미국의 스타벅스는 매장마다 현지 문화를 반영한 인테리어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고객 경험의 일관성을 철저히 유지합니다. 이는 물이 담긴 그릇마다 모양은 다르되, 그 안의 내용물은 동일한 원리와도 같습니다.
이러한 기업들은 모두 탈레스적 유연성을 실현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력과 동시에 브랜드 철학이라는 중심축을 고수하는 전략은 고전 인문학이 말하는 조화의 미덕을 그대로 실현하는 방식입니다.
고전은 조직의 ‘흐름’을 설계하는 지침이 될 수 있습니다
탈레스의 물 개념은 단지 철학사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늘날의 조직이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지를 알려주는 고전적 지침입니다. 유연성은 행동이기 이전에 사고방식이며, 제도적 변화 이전에 철학적 기반이 필요합니다.
기업이 유연해지려면 단기적 대응 전략에만 의존하지 않고, 조직 전체가 변화 그 자체를 하나의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 안에서 리더는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성원은 유기적으로 반응하며, 조직 전체가 지속적으로 ‘흐름’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고전 인문학은 이러한 흐름에 지혜를 제공합니다. 탈레스가 말한 물처럼, 현대의 기업도 변화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유연한 실체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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